그간 아주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노트북이 정신을 잃어 데이터가 홀라당 사라졌고, 멋모르는 어린 양 상태로 거친 정글에 뛰어들었고, 살며 만나보지 못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 충격의 도가니탕을 겪고, 화장실에서 청승맞게 눈물 흘리는 드라마를 쓰고... 난생 처음 향수를 사보기도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노트북 데이터는 거금을 들여 대부분 복구할 수 있었어요. 이대로 찾지 못할까봐 몹시 불안했는데 한편으로는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없어져도 아무 일 없는 듯 살 수 있긴 하겠구나 싶더라구요. 아무래도 극도의 이성인과 극도의 감성인이 제 안에 있는 듯합니다. 다들 어떤 사건사고 안에서 살아남으셨나요?
오랜만에 어사 마감을 맞이하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솔직히 부담이 되기도 했어요. 당장 그만둔다고 누가 뭐라할 글도 아닌데 이게 뭐라고 뜨문뜨문 적어 보내고 있을까, 새삼 고민해봤는데요.
저는 늘 제 사진을 누군가가 봐주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사진을 찍으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평온함이, 이런 조그만 해설과 함께 닿아 누군가에게 일말의 위로나 소소한 행복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인스타나 블로그 같은 형태도 잘만 챙긴다면 참 바람직하겠지만 생각만치 잘 되지 않더라고요. 게다가 플랫폼에 올려 모두에게 공개되는 것과는 다르게 메일은 수신인에게 직접 가닿으니 책임감이 배로 생깁니다. 의지가 박약인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입니다. 편지처럼 다정한 아날로그 감성이 남아있기까지 하니까요. 보내는 순간 제 손을 떠난다는 점도 딱 맞습니다. 일단 냅다 보내고 나면 더는 수정할 수 없으니 떠나보내야 합니다. 좋은 툴입니다.
그만둘 게 아니라면 길게 갈 수 있는 장치를 만들자 싶어 고민해봤습니다.
앞으로는 오늘처럼 쌈박하게 메일+링크(사진) 의 구성으로 보낼까 합니다. 오랜만에 블로그 글을 쓰듯 안부를 전하고, 사족을 붙이고, 사진에 대해 이야기한 뒤 링크를 붙이는 형태가 될 것 같습니다. 링크 안에는 개별적인 사진에 대한 사족이 붙을 테고요. 년에 두 번 정도라면 다들 잊고 계실 때즈음 찾아가니 반가우시기도 할 테죠. 그러니까 전보다 글이 조금 길어져도 그러려니 잘 읽어주시리라 믿습니다.
메일 제목이 이제야 나옵니다. 훌쩍 떠나고 싶은 욕망과 함께...
카메라 갤러리를 둘러보니 근 2년간 찍은 사진이 여행 갔을 때 찍은 것들뿐이더군요. 출사를 가야된다는 생각이 드는 건 둘째 치고 떠나고 싶단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동네에서 느긋하게 거리를 산책하다 맛있는 것을 먹는 시간... 외지인이 되는 순간... 매일 중얼거리는 나날입니다. 오늘은 가장 최근에 다녀온 1월의 일본 소도시 기타큐슈 풍경을 보내드립니다. 언젠가 소도시 콜렉터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