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럽게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때마다 당일마감을 하게 됩니다. 한 글자도 쓰지 못한 채 텅 빈 화면만 쳐다보다가 핸드폰을 보다가.. 결국엔 이렇게 되고 말아요. 역시 제게는 잘하고 싶은 마음보다도 되는 만큼 하자는 생각이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발송 시간이 1시간 30분 남은 지금은 블로그에 키티 일기장 쓰듯이 써보자 생각하고 있어요. 오늘도 무사히 마감할 수 있기를 기도해봅니다.

최근에 '이토록 굉장한 세계'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지구는 넓고 인간은 그냥 하나의 종일 뿐이란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줘서 좋았어요. 어릴 적에 동물행동학자와 동물농장 하이디 같은 애니멀커뮤니케이터가 꿈이었던 사람으로서는 읽는 내내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뿔매미라는 곤충에 대해서는 이번에 같이 나누면 좋겠다 싶어 가져와봤어요. 작은 곤충인데 붙어있는 식물을 통해 진동으로 의사소통을 한다고 합니다. 그 식물에 마이크를 가져다 대면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거예요. 그 소리가 종마다 다른 것도 신기한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곤충의 소리와는 사뭇 다릅니다. 어떤 건 새소리인 것 같기도 하고 어떤 건 소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이 페이지에 들어가보시면 여러 종들의 울음소리를 들으실 수 있어요. 사진은 없으니 안심하고 들어가셔도 괜찮습니다. 개인적으로는 Tylopelta 의 소리가 고대생물 같고 신기해서 추천드려요.

있는지 없는지도 보이지 않는 곤충의 울음소리를 들어보려고 몸을 숙이고 우리 키보다 훨씬 작은 식물에 마이크를 달아본다는 생각 자체가 대단하지 않나요? 모든 종이 각자 다른 세계를 본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다른 종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공부하며 알아가는 사람들의 존재를 떠올릴 때마다 그들이(공부하는 사람들과 다른 종 모두) 보는 세계가 궁금합니다. 제가 보는 세상보다 훨씬 풍부한 것들을 인식하겠죠. 하루하루 지내다보면 눈에 보이는 현실이 세상의 전부 같은데요. 작은 것들에 귀 기울이고 살펴보며 살아간다면 조금이라도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다른 종에 대한 관심은 잃지 말아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