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단 한 순간도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당연히 말을 잘 한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어요. 못 쓰고, 못 하니까, 말을 해야 하거나 글을 써야 하는 순간에는 늘 방황합니다. 잘못을 저질러 혼나기 직전에 문 앞을 서성이게 되는 것처럼요. 멋들어지게 맞닥뜨리고 이겨내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오늘도 이제야 겨우 첫 문단을 적었으니 깔끔한 패배입니다. 그렇지만 자진해서 적는 글이 있다는 점에서 저도 주먹을 날린 게 아닐까.. 몇 대를 맞았든 한 대라도 때렸다면 의미는 있는 게 아닐까.. 스스로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해봅니다.
오늘은 이사 소식을 접하고 찍었던 동네 사진 시리즈의 마지막 작업물을 가져왔습니다. 징크스와 고백이라는 주제를 토대로 촬영했어요. 영 와닿지 않아 이번 건 진짜 망했다고 생각했더만은 막상 보정까지 마친 뒤에 보니 나름 마음에 들어 신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전에 살던 동네 사진은 앞으로도 보여드릴 것들이 많지만, 작년에 작업한 작품은 이게 마지막이라 기분이 묘해요. 찍으면서는 지금 사는 곳에 영영 정을 붙이지 못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어사 메일을 통해 이전 동네에 대해 적고, 사진을 보다 보니 당연히 여전한 사랑과는 별개로, 이제는 이곳도 우리 동네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졌어요. 장족의 발전입니다. 저희 집에 어사에 감사하라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