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메일은 이주일 뒤인 1/14입니다. 다음 주제 및 올해 안내와 함께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본 메일은 전문을 다 읽고, 사진을 클릭해 넘어가시는 흐름으로 작성했습니다.
작은 송년회
이 글을 적는 지금은 12월 31일 오전 2시 1분입니다.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에 갖가지 생각을 오가며 적습니다. 올해의 마지막 새벽이면서, 내년의 전날이고, 메일링의 마감일이네요. 이왕 마감일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거 그냥 일주일 편하게 쉬고 다음 주 금요일 정도에 보낼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한 해의 마지막 날 보내는 메일.. 이 낭만을 놓칠 순 없었습니다. 물론 받으시는 여러분께도 의미 있게 다가갈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만. 보내는 제 입장에서는 2023년의 마지막 날 누군가를 위한 글을 적는다는 게 꽤나 낭만적으로 느껴집니다. 말마따나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데 잠 좀 못 자면 어떻습니까. 낭만적인 순간은 자주 찾아올수록 기쁜 법이고, 잠든 친구들의 숨소리를 들으며 불 꺼진 방 안에서 타자를 치고 있는 지금도 마감을 지키는 데만 성공한다면 굉장히 즐거운 추억으로 남게 될 겁니다. 마감에 성공만 한다면요.
창밖의 떡집을 보고 있자니 다들 12월 31일이나 1월 1일마다 하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으실지 궁금합니다. 소원을 적는다거나 대자로 뻗어 낮잠을 잔다거나.. 소소하거나 거창한 루틴을 가지고 계신지, 없으시다면 올해는 어떻게 보내실지 듣고 싶어요.
저희집은 새해에 가고픈 사람끼리 일출을 보러 가곤 합니다. 이사 오기 전에는 컴컴한 시간에 뒷산에 올라 일출을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었어요. 해가 지날수록 어째 사람이 늘어 작년에는 정상에 발도 붙이지 못했지만 겨울바람을 맞으며 동그란 해를 기다리고 있는 게 좋았습니다. 이사 오고는 처음이라 올해는 저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어쨌거나 어떤 식으로든 하루를 시작하고 나면 2023년 봤던 작품들을 모아놓고 어떤 게 제일 좋았는지 고르는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지금 떠올리기로 올해의 드라마상은 <성난 사람들>이 차지하게 될 듯하니 혹시 볼 드라마를 찾고 계셨던 분이라면... 추천드립니다. 밝은 내용은 아니지만 올해 본 것들 중에 감정적으로 가장 와닿았던 작품이에요. 극 중 나오는 조연 배우가 과거 행적이 좋지 않으나.. 정말 주연이고 극 중에서도 쓰레기이기 때문에.. 확인해보시고 혹시 괜찮으시다면.. 꼭 보고 후기 남겨주시면 좋겠습니다. 불호 후기여도 좋으니 누구든 이 드라마 이야기를 함께 해주었으면 해요... 여러분도 영업하고픈 작품이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오래된 담장과 다섯 번째 계절
드디어 주제에 관한 내용입니다. 오래된 담장과 다섯 번째 계절. 이 둘이 첫 번째 주제가 되었을 때 이게 될랑가... 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오래된 담장이면 담장이고, 다섯 번째 계절은 사랑으로밖에 떠오르지 않았거든요. 사랑을 하는 담장.. 사람들이 사랑하는 오래된 담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오래된 건물이나 담장들을 찍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도 않을뿐더러, 너무 뻔한 사진이기도 해서 다른 게 찍고 싶어졌어요. 제게 망원렌즈가 있었다면 달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그렇게 부유하는 생각들 속에서 한동안 멍하니 카메라와 내외하는 시간을 갖다가, 천천히 가까워지면서 우연찮게 포착한 순간들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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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가면서 삶에 익숙해질수록 모든 하루하루가 별거 아닌 것 같고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지는 때가 자꾸만 찾아옵니다. 그런데 어차피 의미라는 건 우리 머릿속에나 있고 사실 모든 게 부질없는 일이라면, 사소한 행복에 의미를 부여하고 즐거워하면서 사는 게 더 이득인 것도 같아요. 매년 오는 생일이지만 이번 주는 나의 일주일이다 생각하며 생일이니까 뻔뻔하게도 굴어보고, 대인배처럼도 굴어봤다가, 내가 아끼는 사람의 생일날은 그 사람이 태어난 날이니까 기뻐하고, 떡국 한 그릇에 나이를 한 살씩 먹는다는 오래된 헛소리에 오늘 열 그릇 먹고 앞자리 바꿔야겠다 헛소리로 응수하면서요. 그러면 언젠가 지금보다는 우울과 불안과 비관과 냉소에서 멀어졌다는 걸 자각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지구멸망을 꿈꾸는 횟수가 늘어나는 나날이지만, 그럼에도 여러분이 꽤 괜찮은 하루하루를 보내셨으면 합니다. 별거 아닌 사진과 글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니 그럴 자격은 차고 넘치지요. 인생이 너무 외롭고 더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을 때가 오면 제가 열심히 여러분의 행복을 기원하고 있음을 꼭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가오는 2024년에는 부디 더 잦은 낭만과, 작더라도 끊임없이 찾아오는 행복이 가득한 한 해가 되시기를. 바라시는 일이 모두 이루어지고, 틀어지더라도 결국에는 그것이 좋은 일로 연결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