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제시어를 어떻게 엮어서 어떻게 보여드릴지 정리가 되지 않아 마감일을 미루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주제 관련으로는 이런 일이 생길 것 같아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주제에 맞는 사진을 찍지 못한 경우에도 마감일은 그대로 지켜 오늘처럼 다른 사진을 담아 메일을 보낼 예정이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 메일은 올해의 마지막날(12/31)입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뭔가 가져오겠습니다.
가슴 속에 낭만은 오래오래
어제 분명 눈이 펄펄 쏟아지는 걸 목격했습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인 것처럼 기뻤어요. 그런데 오늘 나가면 눈 맞을 수 있겠다!! 생각하며 잠깐 신나하는 사이에 그쳐버리더군요. 짧게나마 영상을 찍어두지 않았더라면 눈이 왔던 것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순식간이었습니다. 이걸 첫눈이라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씁쓸해하며 밥이나 먹고 말았습니다.
돌아보면 대부분의 즐거움이 그런 식으로 눈이 녹듯 사라집니다. 즐겁게 한바탕 웃고 난 후에 다시 바닥에 발을 붙이면 세상이 돌아가는 모양은 어째 항상 이 꼬라지고, 인생은 여전히 눈보라를 헤치며 정처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겨우 나아가는 생존에 가깝습니다. 잘 있다가 문득 무기력과 울적함을 맞이하게 되는 것도 그게 이유인 것 같아요. 그런 때 행여나 냉소까지 찾아오면 찰나라도 산뜻한 기분을 선물해줄 순간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게 되어버리고 맙니다. 누군가의 선의는 위선이 되고, 행복을 위한 노력은 멍청한 짓이 되고, 휴식은 사치가 됩니다. 그렇게 다 욕하면서 잘 살아보려 나름 애는 씁니다만 그런 삶만큼 지겹고 피곤하고 화가 나고 슬픈 삶이 또 없죠.
그래서 잠깐 왔다 가는 행복일지라도 그걸 잊지 않고 오래 기억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세세한 것들까지 갈 필요도 없이 느낌만이라도요. 소소하더라도 그런 순간들을 많이 만들고 인지하면 사는 게 지루하기만 하지는 않은 듯합니다. 저는 요즘 조금이라도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이 생기면 메모장에 적어보고 있어요. 어제 본 첫눈은 느낌표가 네 개나 됩니다. 그제는 밤에 아무도 없을 때 놀이터 미니 방방 뛴 게 좋았고, 그보다 이틀 전에는 롱패딩을 입고 나오니 춥지 않은 게 아주 흡족했던 모양입니다. 초등학생 때 숙제로 썼던 일기장도 지금 보면 웃음이 나는 것들이 있는 것처럼, 기록해두면 언젠가 들여다볼 게 생기니 어떤 형태로든 남겨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괜찮으시담 제게 보여주세요. 알고 싶습니다.
또다른 방법으로는 역시 사진이 있는데요. 이렇게 몇장씩 꺼내서 보여드리다 보면 제가 느낀 것들이 전해지는지가 궁금합니다. 사진에 대한 설명은 블로그 게시글 최하단에 있으니, 사진을 보고 받은 느낌을 공유해주신다면 즐거울 것 같습니다. *아래 사진을 눌러도 게시글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의 코멘트를 읽는 것도 즐거움인 듯해 이번에 공개 피드백 시트를 추가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전하고 싶은 내용은 피드백 버튼을, 공유돼도 상관없는 내용/주제추천은 광장 버튼을 눌러 작성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