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모처럼 카페로 가 그간 촬영한 사진들을 추려보았습니다. 좋아하는 딸기 라떼를 시키고, 해가 잘 드는 창가 자리에 앉아 들여다봤어요. 다른 것보다 딸기 라떼가 아주 맛있었습니다. 학창 시절 딸기 라떼에 맛을 들이게 만든 카페인데, 일하는 분이 바뀌었어도 맛은 변하지 않았더라고요. 어째 다들 식사류를 시켜서 드시기에 참지 못하고 파스타까지 시켜서 먹었습니다. 밖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일 자체가 드물어 조금 낯설고, 조금 설레는 하루였네요. 그래 놓고 마감이 늦어진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지요. 다들 만나 뵙는 대로 고개 숙여 인사드리겠습니다..
다들 토요일은 어떻게 보내셨을까요? 반년간 어떤 일들이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동물 사진을 위해 큰맘 먹고 망원렌즈를 샀습니다. 이번 사진에 그 렌즈로 촬영한 것도 있어서 어떤 게 그걸로 찍은 사진일지 찾아보시는 것도 나름의 묘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막상 써보니 아직은 기본으로 달고 다닌 친구가 더 마음에 듭니다. 앞으로 또 어떤 친구들이 제 손에 들어올지.. 요즈음에는 카메라도 더 사고 싶고, 스냅용으로 아이폰도 가지고 싶고, 욕심이 참 많은데요. 충동구매를 하지 않으려면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할 것 같습니다.
바다와 산 중 어디가 좋냐는 질문을 종종 듣고, 누군가에게 직접 하기도 합니다.
꽤 오랫동안 무조건 바다라고 답했었고요.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둘 다 좋다는 말을 더 자주 하게 됩니다. 드넓은 수평선을 바라보며 숨이 탁 트이는 기분을 느끼듯이, 높은 곳에 올라 지상을 내려다보면 인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파도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부서지는 것처럼 나무가 하늘하늘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볼 때는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져요. 똑같이 쉼 없이 돌아가는 풍경이래도 자연에서 얻는 위안은 도시와 참 다릅니다. 촬영해 둔 사진들을 보면 자연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그래서인 것 같습니다.
이번 사진 속 초록과 파랑은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와 한국이 섞여 있습니다.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일몰 명소라는 곳도 가보고, 수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우거진 수풀 사이를 지나기도 했어요. 어영부영 가이드를 따라, 친척분들을 따라 걷고 보았던 것들을 담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