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사] 8. 애니멀 테라피 희망

2024. 12. 31.

🐈[어사] 8. 애니멀 테라피 희망

2024년 12월 31일,
여덟번째 어사

겨울 바다를 보고 막 돌아와 적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적자니 마감에 맞추지 못할 것 같아 손만 씻고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아침엔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었던 바다가 이제는 다시 저만치 멀어져 버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란 파도와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을 뒤로 하고 서울역에 도착했을 때는 칙칙함에 충격을 받았을 정도입니다. 다시 돌아오고 말았다니.. 울적한 마음을 마라탕으로 달래야 했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제정신을 붙들고 살아가기 쉽지 않은 시기에는 이렇게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장치들을 만들어놓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면서 나의 일상을 잘 지켜나가는 데 집중하는 겁니다. 제게 있어 이번 어사는 그 일환입니다. 제 마음을 달래기 위한 사진들로 구성했습니다.

털이 부숭숭한 네 발 포유류와 공룡의 후손인 조류.. 파충류 아주 조금. 올해는 촬영한 사진이 너무 없어서 2022년까지로 기간을 늘려 골라서 담아보았습니다. 첫눈에 동물이 보이지 않는 사진은 확대해서 찾아보시는 재미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꼭 카메라 청소를 맡기고, 망원렌즈를 마련하고, 더 멋진 동물 사진들을 담아서 보여드리고 말겠습니다. 동물 사진 잘 찍는 게 꿈이었는데 오랜만에 기억이 났네요. 언젠가 인물 사진도 잘 배워서 다들 행복하게 웃는 사진 한 장씩 남겨드리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웃는 사진들을 보면 저도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많이 찍고 많이 남겨서 연말에 연말정산처럼 제일 마음에 들었던 사진들을 보여드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찍고 싶은 것도 많고 찍어둔 것도 많은 인간이 이렇게 주절거리면서 창고에 있던 사진을 꺼내올 수 있는 건 다 이렇게 봐주시는 분들 덕분입니다. 어김없이 감사 인사를 전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이딴 식으로 굴러가는 것도 나라인지, 여기 발붙이고 사는 게 정말 맞는 건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나날이 아주 오래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옆에 우리가 있음이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함께 충분히 분노하고 애도하고 기억했으면 합니다. 저는 정말 여러분이 있어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사람으로 남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올해도 그렇게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습니다. 눈 감고 모르는 체하기 쉬운 것들에 잘못됐다 말하고 광장으로 나설 수 있게 만들어 준 모두에게 심심한 감사를 전합니다. 언뜻 보면 국회의원처럼 보일 수 있는 발언 같지만 제 진심은 잘 전달되리라 믿습니다.. 한 해 동안 감사했습니다. 내년에도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2025년은 모두가 기꺼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서리 올림